성악 오페라

지휘자와의 협연 중 성악가의 오페라 해석 기준

제이N 2025. 7. 26. 10:44

성악가는 오페라 무대에서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휘자는 음악 전체의 해석 방향을 결정하는 중심축으로, 모든 연주자와 성악가의 표현을 통합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성악가의 해석과 지휘자의 의도가 완벽히 일치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해석의 시각 차이나 템포 감각, 감정의 강조 지점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악가는 자신의 해석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되, 지휘자와의 협업 속에서 그것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실전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수동적이거나, 반대로 고집스러운 태도는 협업을 해치게 되며, 해석의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지휘자와의 리허설 및 공연 과정에서 성악가가 해석의 주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도 음악적 조화를 이루어가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성악 오페라 해석 기준 정립을 위한 준비

 

지휘자와의 협업 전에 성악가는 자신의 해석 기준을 확실히 설정해야 합니다. 이 기준은 단순히 감정선이나 억양 설계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 전체의 드라마 구조, 인물 심리의 흐름, 텍스트와 음악의 일치성에 기반한 분석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베르디의 『Otello』 중 Desdemona의 아리아 ‘Ave Maria’를 준비할 경우, 단순히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죽음을 직감한 고요한 체념 속의 기도라는 심리 구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억양, 음색, 호흡 분배를 사전에 정립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해석 기준이 구체적일수록, 지휘자의 음악적 제안에 대응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성악 문헌 『The Language of the Voice』(C. Aldrich)는 “성악가는 자신의 감정 해석이 감각적 인상이 아니라, 분석된 구조를 기반으로 해야 협업에서 설득력을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즉, 해석 기준은 감정이 아닌 논리와 분석을 기반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악 오페라 연습에서 지휘자 요구에 대응하는 유연성

 

실제 지휘자와의 리허설에서는 다양한 요청이 들어옵니다. 예컨대 루바토를 줄이거나 늘리는 템포 변화, 특정 악구에서 감정을 더 자제하거나 강조하라는 제안, 또는 발음 강조 지점을 조정해달라는 요청 등이 있습니다. 이때 성악가는 무조건 따르거나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해석 기준을 설명하고 상호 논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전달력 있는 대화 능력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렇게 느껴서 이런 억양을 선택했습니다”라는 식의 해석적 설명이 있다면, 지휘자는 성악가의 의도를 존중하고 협의할 여지를 넓혀줍니다. 반대로 해석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이게 더 편합니다” 식의 대응은 지휘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성악 해석은 고정된 것이 아닌 ‘조율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지휘자의 요청이 작품 전체의 감정 흐름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이라면 기꺼이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편의나 관습적 이유로 바꾸라는 요청에는, 성악가는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며 조율을 시도해야 합니다.

 

 

성악 오페라 해석과 지휘자와의 조율

실제 공연 현장에서 성악 해석과 지휘자 해석이 충돌하거나 보완적으로 작용한 사례는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 드레스덴의 젊은 지휘자 M. Fuchs와의 오페라 『Don Giovanni』 리허설에서는 지휘자가 전체적으로 템포를 빠르게 설정하였고, 이는 성악가의 숨 조절과 감정 표현에 제약을 주었습니다. 이때 성악가는 ‘Là ci darem la mano’ 아리아에서 프레이징 간 간격을 줄이는 대신, 억양과 강약의 변화를 통해 감정 표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석을 조정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악 해석을 고수하면서도 음악적 흐름에 적응한 대응은 공연의 일관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는 성악가가 자신의 해석 기준을 바탕으로, 지휘자의 의도 안에서 재해석하는 ‘융합적 해석력’을 발휘한 대표 사례입니다.

또 다른 예로, 프랑스의 바리톤 A. Lapierre는 인터뷰에서 “지휘자와의 해석 충돌은 오히려 나를 더 명확한 해석으로 이끌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악가는 자신의 해석을 점검하고, 더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습니다.

 

 

협업 속에서도 성악 오페라 해석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

 

무대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예상치 못한 템포 변화, 앙상블에서의 미세한 리듬 엇갈림, 조명 또는 무대 장치의 돌발 상황 속에서 성악가는 자신의 해석 중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석을 ‘감정 기반’이 아닌 ‘기술화된 구조’로 체화시켜야 하며, 연습 과정에서 수십 번 반복하며 몸에 익혀야 합니다.

지휘자와의 협업 과정에서도 성악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 흐름, 억양, 발성 강약의 이유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 시 이를 조정하되 해석의 핵심은 절대 흐트러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 균형이 바로 ‘해석의 일관성과 융합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프로페셔널 성악가의 조건입니다.

많은 성악 전공자들이 궁금해하는 점 중 하나는, "지휘자와 해석이 다를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해석 기준을 설명할 수 있는 준비’입니다. 설득력 있는 해석은 지휘자와의 조율 과정에서 인정받게 되며, 그 결과는 무대에서의 조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휘자 협연 성악가 오페라 해석

 

지휘자와의 협업 속에서 성악가는 해석 기준을 명확히 유지하되, 음악적 조율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전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해석 정립, 유연한 대응력, 협업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됩니다. 해석을 기술화하고 구조적으로 내면화한 성악가는 어떤 무대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예술적 설득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The Language of the Voice』(C. Aldrich, 1992), 『Acting in Opera』(J. White, 2001), 『Working with Conductors』(D. Shulman, 2010)을 일부 참고하였습니다.